K-Pop 산업은 매우 분업적이다.
많은 작곡/작사 레이블로부터 곡들을 받는다.
아이돌의 컨셉을 설정하는 사람들은 곡을 선정하고 컨셉의 윤곽을 잡는다.
안무가들이 곡과 컨셉을 받아서 안무를 만들어낸다.
여러 안무가들의 안무들 중에서 취사선택을 하여 곡의 안무를 완성한다.
코디네이터도 따로 있다.
마케팅도 전담하는 팀이 있다.
만약 신인 아이돌을 데뷔시키려는 회사의 경우에는 곡, 안무, 컨셉, 코디, 마케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에 맞지 않는 연습생은 도중에 탈락시키기도 한다.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를 아이돌 본인이 만드나? 아니다.
아이돌이 보이는 컨셉을 아이돌 본인이 결정하나? 아니다.
아이돌이 추는 안무를 아이돌 본인이 결정하나? 아니다.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입을 코디를 본인이 결정하나? 아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의 역할은 예쁜 옷걸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일부 예외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음악적 재능이 있는 아이돌"이라는 것도 어느정도 보여주기 위한 컨셉이거나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K-Pop 팬에 의해 유튜브에 올려진 고작 몇 분짜리 영상이거나 그냥 작사/작곡에 아이돌 한 명 이름 쑥 올려놓는 식이라면 솔직히 믿기가 어렵다.)
셀럽, 슈퍼스타들이 입는 옷, 걸치는 시계나 가방 등이 같이 유명해지는 것처럼... K-Pop 장르의 곡들도 잘 꾸며진 예쁜 옷걸이 역할을 하는 아이돌이 부르는 곡이기 때문에 흥행하는 측면이 있다.
근데 그게 뭐 문제가 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애초에 K-Pop이라는 것이 음악 + 뮤비 + 아이돌인기 삼박자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의 성격을 가진 장르가 아닌가. 나도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돌이던 한 사람이 그룹 활동에서 벗어나 '솔로 아티스트'로의 활동을 시작할 때 있다.
예쁜 옷걸이의 역할만을 수행하면 되었던 아이돌 활동과는 다르게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을 하는 것을 많이 다른 일이다. 솔로 아티스트는 컨셉, 안무 등의 기존의 K-Pop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하던 부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솔로 활동도 K-Pop스럽게 끌고나갈수 있기야 하겠다만 그러면 그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솔로 아티스트'라기보다는 그냥 1인 아이돌 활동 비슷하게 된다. 진짜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하려면 그 사람의 음악적 재능과 앨범의 음악성으로 평가받는 경향성을 받아들여야한다.
여기서 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아이돌 활동을 통해 그 아이돌 한명이 끌고다니는 구매력은 엄청나다. 그렇기에 그 아이돌의 음악적 재능과 솔로 앨범의 음악성이 영 별로더라도 일단은 각종 차트 상위권에 들어갈 것이다. 이게 맞는걸까?
K-Pop에 푹 빠진 사람이 아니라 그냥 좋은 노래를 듣고자 차트의 노래들을 평가하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이 노래가 왜 상위권에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이해가 안된다. 아이돌이 내는 솔로 앨범의 곡들 중에 그렇게 높게 평가받을만한 곡은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BTS 지민의 솔로 앨범이 빌보드 핫100 1위로 데뷔했다가 40위권대로 순식간에 하락한 일을 두고 지민의 팬이나 K-Pop을 고평가하는 사람들은 이 순위하락을 빌보드의 K-Pop차별이나 인종차별로 몰고가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나는 빌보드와 음악감상을 즐기는 전세계 사람들이 내가 위에서 말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노래가 정말 이 정도로 차트인을 할 정도로 좋은 노래인가...? 스타파워로 별로인 곡들도 차트에 억지로 진입시키는 것 같은데...?"라는 의구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