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한다는 전망과 함께 삼성전자의 주가도 최근 크게 상승했다.
많은 사람들이 십만전자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고, 나도 이에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 그 이후에는? 그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성장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까?
오늘은 삼성전자의 먼 미래에 대해 조망해보고자 한다.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다.
DRAM 사업
스토리지(SSD) 사업
가전제품 사업
파운드리 사업
모바일기기, AP사업
PC 사업
디스플레이 사업
DRAM 사업, 스토리지 사업 그리고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시장에서 너무나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 분야도 중국에게 따라잡히고 있기는 하지만 삼성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치킨게임으로 가도 어느정도 버틸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중국이 오랫동안 버틴다면 점진적 철수를 해야겠지만 그래도 시간은 많다 생각한다. 해외에서도 컴퓨터 맞출 때 저 세가지 제품은 삼성이나 SK,LG가 1순위 고려대상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가전제품도 삼성이나 LG가 짱을 먹고있다.
완성형 PC와 노트북 시장은… 원래 점차 죽어가는 시장이기도 하고 크게 중요하진 않다.
내가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바일사업과 파운드리 사업이다.
확실한 개선이나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가 반드시 국밥기업이 될 것이라 보장할 수 없다.
모바일 사업은 두 분야로 분리할 수 있다.
삼성 갤럭시로 대표되는 모바일 & 웨어러블 기기 사업
그리고 엑시노스로 대표되는 모바일 AP 설계 사업이다.
엑시노스같은 모바일 AP는 삼성이 직접 판매하는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그 엑시노스를 비롯한 여러 회사들의 반도체를 수주해서 생산한다.
그런데 모바일 AP는 삼성만 만드는게 아니다.
퀄컴도 만들고 애플도 만든다. 인텔, AMD나 엔비디아도 언제든 모바일AP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미래의 반도체 대격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ARM 반도체 시장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의 파운드리가 없다. 삼성은 있다.
그 말은 만약 잠재적 경쟁사들이 위탁생산을 삼성에게 부탁할 경우, 삼성전자가 기술을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재적 경쟁사들은 삼성 파운드리에 주문을 넣기보단, 대만의 TSMC에 주문을 넣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예측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반도체들은 대부분 TSMC가 수주하고 나머지 떨이들을 삼성전자가 받는 실정이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말고는 다른 사업은 일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유출이나 분쟁의 우려가 없으니 고객 유치에 유리하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모바일 사업군과 파운드리 사업이 공존하는 한, 파운드리 사업은 디메리트를 계속 가진 채로 시장에서 싸워나가야 한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되어있다. 영업분야도, 매출액도, 영업이익도 모두 삼성전자의 절반도 안되는 TSMC가 삼성전자보다 시가총액이 높다. 주식시장은 TSMC가 막대한 수주와 좋은 이미지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에서 초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운드리 사업의 디메리트는 알았는데... 삼성의 모바일 사업군은 디메리트가 없나? 그렇지도 않다.
현재 삼성 모바일사업은 가성비를 내세우는 기업들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모바일기기 사업군에서 세계의 표준이자 프리미엄이 된 기업은 애플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등등…
각종 모바일기기들을 선도하고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압도적 1위인 기업은 애플이다.
고급,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있다.
나머지 기업들은 결국 ‘가성비’라는 관점에서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애플 말고 다른 기업들은 ‘그저그런기업’으로 비춰질 뿐이니까.
이렇게 가성비로 싸우게 될 시에는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그리고 BBK와 경쟁해야한다.(BBK 산하에 OPPO, OnePlus같은 브랜드가 있다.) 구글의 픽셀도 최근 가성비 시장으로 진입했다.(최고급 AP를 포기하고 보급형 AP를 채택했다.)
가성비 시장으로 갈 경우에는 박리다매가 가장 적절한 방법인데… 스마트폰 시장이 점점 후퇴해가는 이 시점에서 가성비 전략은 적은 성장성과 영업이익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삼성도 이를 알고있는지, 프리미엄 시장에서 눈을 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면 좀 확실하게 좋게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을 것이지… 왜 갤럭시 S 시리즈에 각종 편법을 써서 원가절감을 하고 욕을 쳐먹냔 말이다. S10 이후부터는 도통 제대로된 기기를 내놓지 않고있다.
그렇다면 삼성이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폴더블폰은 삼성을 먹여살릴 미래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기술력 보여주는거에 의의가 있지… 몇몇 IT덕후와 삼성덕후들 말고는 누가 폴더블폰을 사는가? 판매대수가 너무 적다.
삼성의 지금 모바일 사업부는 어떤 분야에 어떻게 집중해야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시간은 가고있고, 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삼성 모바일 기기들을 프리미엄 이미지로 구축할 수 있는 기회도 흘러사라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AP사업에서는 삼성이 압도적인가? 그럴리가 ㅋㅋ
당장 AP사업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기업은 또 애플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은 퀄컴이다. 삼성은 3위 주자인데… 3위 주자라고 하기에도 씁쓸할 정도로 퀄컴과의 격차가 심하다. 하지만 꾸역꾸역 포기를 안하고 엑시노스 개발을 하고있고, 이는 지속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의 발전에 방해를 주고 있다. 경쟁자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주문을 할리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엑시노스가 애플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급성장할 가능성은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대적인 홍보를 하던 엑시노스 2100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엑시노스는 역시 똥시노스였다.
스냅888도 발열이 심각하다고 욕먹었는데, 바닥에도 그냥 바닥과 밑바닥은 다르다는 걸 보여주듯 엑시노스 2100은 그보다 심각한 쓰로틀링을 보여주며 처참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삼성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AP가 발열문제와 성능문제를 일으키면서, 삼성의 자체 AP 엑시노스에 대한 고집은 모바일 사업부에 상처를 입힐뿐만 아니라, 삼성 파운드리의 생산 기술력에 대한 의문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한 것들을 다 저 꼬라지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역시 파운드리 사업에 디메리트가 된다.
만약, 정말 만약에 삼성의 엑시노스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더라도 그걸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그것도 미지수다.
애플은 AP사업에 돈을 때려박아도 이익을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
애플의 경우 자체 AP를 큰 돈 들여서 생산하는 이유는 매우 적은 종류의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비용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기본형, 중급형(프로), 고급형(프로맥스) 3가지(이번 12시리즈는 미니도 심심해서 내놓은듯, 소형기기의 판매대수를 확인해보고싶은 듯 하다.)
아이패드의 경우도 기본형, 중급형(에어), 고급형(프로) 그리고 심심할때마다 소형 미니를 하나 내놓는다.
맥북의 경우 에어와 프로 라인업을 구축했고
아이맥의 경우도 21.5형과 27형으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리고 애플은 저 4개의 라인업 모두에 자체AP를 탑재하거나 탑재할 예정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라인에 최신칩셋을 일괄적으로 박아넣어서 규모의 경제로 단가를 크게 낮춘다.
그리고 최신칩셋의 출시로 인해 구형이 된 칩셋을 아이패드 라인업에 일괄적으로 박아넣어서 재고관리를 한다.
애플의 시가총액과 연 매출의 규모를 생각해볼때, 애플의 제품 라인업은 매우 적은 편에 속하고 판매량은 많다.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인 것이다. 애플은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 막대한 마진을 남긴다.
근데 삼성은 엑시노스 개발해서 어디에 쓰나? 갤럭시 S 시리즈 말고는 딱히 넣을 곳이 없는데, 갤럭시 S 시리즈의 판매량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냉정히 말해서 헛돈쓰고있다.
모바일AP사업의 존재로 인해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파운드리 사업은 견제받고, 성능은 시원치않고, 많이 팔지도 못해서 단가를 낮추지도 못한다.
모바일시장은 이미 정체기에 들어섰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그 성장가능성이 높고 매우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기술안보라던가… 이익률이라던가 어떤 관점으로 보든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어디에 집중할 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다.
첫번째, 엑시노스 개발을 포기하고 파운드리 사업을 가로막는 기술유출과 분쟁의 가능성을 줄인다.
따라서 잠재적 경쟁사들이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엑시노스 개발에 쓸 자원을 파운드리에 몰빵한다.
두번째, 엑시노스 개발에 사활을 걸다. 삼성이 판매하는 라인업 모두에 엑시노스를 활용할 방안을 찾아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다.
첫번째와 두번째 선택지 모두에 반드시 포함되어야하는 전제가 있다. 지금 엉망이 된 삼성 모바일 기기 라인업을 대거 정리해서 간략하게 만든다. 프리미엄 시장의 경우 확실하게 고급화 전략을 취하던지 과감하게 포기하던지 한다. 보급형 라인도 급나누기 방식을 개선한다.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모바일 기기 사업이기 때문에 라인업 정리와 프리미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애플 혼자만 프리미엄 이미지를 차지하게 둘 수는 없다.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명백한 프리미엄 이미지 기업이 하나는 존재해야하고 그게 삼성전자가 되기를 바란다.(삼성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 딴 나라 기업이 크는거보단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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