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소련 연방 소속이었을 때 체르노빌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였다. 원전의 뚜껑이 날아가고 노심이 드러나는 등 정말 최악의 원전 사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이 사고 이후 20년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영향을 추적한 조사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 어떠할지 어느정도 감은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앞선 글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면 외부피폭 혹은 내부피폭이라는 형태로 생태계와 인간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다루었다.
그런데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은 어느정도 비율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까? 우크라이나 정부의 보고서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해 피해를 직격으로 입었던 우크라이나는 20년간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방사선 물질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어떠한 경로로 피폭시켰는지 추적한 것이다.
당연히 원전 근처에서 거주했거나 원전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외부피폭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원전에서 떨어진 곳에 거주한 일반인들의 경우 피폭의 대부분이 장기간에 걸친 내부피폭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일본 국민의 경우(후쿠시마 근처에서 거주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경우) 대기 중의 방사능선량을 걱정하기 보단 자신들이 섭취하는 식품의 안전성을 더 걱정해야한다는 말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대기중의 방사선으로 인한 외부피폭 5-20%
식품에 의한 내부피폭 80-95%
호흡을 통한 호흡기 피폭이 0.1%
물을 통한 내부피폭이 2%였다고 한다.
산술적 평균을 내보면 외부피폭 12.5%, 내부피폭 87.5%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부피폭이 외부피폭보다 9배나 더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일본의 상황이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과학자도 아니고, 방사능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이 어느정도 비율일지 추측할만한 여러가지 조건들을 나열하는 선에서만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일본의 외부, 내부피폭의 비율이 어느정도일지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어림짐작으로 파악해야할 것이다.
우선 첫째로, 일본의 경우 내부피폭이 그리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내용을 찾아보자.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는, 우크라이나와 일본의 식량 자급률의 차이다. 우크라이나는 거의 전 국토가 농지로 운용되고 비옥한 흑토를 가지고 있기에 식량자급률이 100%를 넘어간다. 그에 반해 일본의 경우 식량 자급률이 40%안밖으로, 아무래도 수입한 식품을 많이 섭취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비해 식품을 통한 내부피폭의 강도가 약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일본의 경우 우크라이나보다 내부피폭이 심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내용을 찾아보자.
가장 설득력있는 근거는, 일본의 대응과 소련의 대응에의 차이다. 학자들의 말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의 폭발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보다 방사능 누출이 4-10배 정도 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일본의 방사능 누출이 더욱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원전의 뚜껑을 콘크리트로 아예 덮어버리고 이제는 오염 방지용 대형 지붕까지 제작해서 체르노빌을 덮어버리려는 구 소련, 현 우크라이나의 대응과는 다르게 일본의 경우 지붕을 덮을 생각도 안하고 바닷물로 겨우 냉각만 하는 선에서 사태 대응을 하고 있다. 콘크리트로 원전을 덮어버려도 30년 정도 지난 체르노빌 출입이 어느정도 통제되고 있는 상황인데, 원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 일본은 더욱 오랫동안 강하게 방사능 피폭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더군다나 제염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일본의 농산물들은 더욱 지속적인 피해를 입고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렇듯 일본과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경우가 일본에도 완전히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 공기를 통한 피폭을 두려워하는 것에 비해, 식품에 대한 두려움은 상당이 낮은 편이라는 것은 정말 걱정할만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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