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원전의 안전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주장 중 하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시간이 많이 흘러서 방사선이 많이 약해졌고, 약한 방사선은 인간의 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는 주장이다.
일단 저 주장에는 두 가지 거짓이 숨어있다. 저 문장 전체가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된 주장 첫번째는, 방사선이 많이 약해졌다는 주장이다.
이 것에 대한 반박은 다음번 글에서 다루겠다.
잘못된 주장 두번째는, 약한 방사선은 인간의 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방사능은 그 강도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고선량 방사선과 저선량 방사선이다.
고선량 방사선은, 워낙 그 강도가 강해서 짧은 시간의 노출에도 피노출자가 방사선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방사선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원전에서 근로하다가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한 사람들은 고선량 방사선에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저선량 방사선은 고선량 방사선에 비해 그 강도가 약해서 고선량 방사선에 비해 질병 발병의 원인이 방사선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방사선을 말한다. 그러면 안전한 것 아닌가 생각할수도 있겠다. 정확한 사실은 "안전한지 아닌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고선량 방사선과 저선량 방사선에는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이 전혀 다르지 않아서 저선량 방사선도 해로울 것이다."라는 잠정 결론이 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왔냐고? 과학자들이 대규모 연구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해당 논문의 번역본은 "한국 탈핵"이라는 책 뒷부분에 실려있다. "한국 탈핵"이라는 책 자체의 신뢰도에는 사람마다 의견이 엇갈릴 수 있고 나도 일정 부분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논문의 번역본을 그대로 실어놓은 것에도 신뢰도를 잃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해당 논문에서는 고선량 방사선과 저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수많은 방사선 연구들을 모두 검토해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잠정 결론을 내린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1. 우선 대규모 방사선 노출이 일어났던 대부분의 사건들을 자체 분석하고, 해당 사건들을 분석했던 다른 논문들도 분석했다.
2. 고선량 방사선의 경우 방사선 피폭량에 정비례하게 질병 발병율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많이 피폭되면 질병에 더 빈번히 걸리고, 적게 피폭되면 질병에 덜 빈번히 걸린다.)
3. 이번엔 저선량 방사선에 대하여 검토했다. 이 경우에는 저선량 방사선이 고선량 방사선보다 덜 위험하다(즉, 고선량 방사선에 대한 적은 시간 동안의 피폭의 위험성 >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긴 시간 동안의 피폭의 위험성)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주장과, 저선량 방사선이 고선량 방사선보다 위험하다(즉, 고선량 방사선에 대한 적은 시간 동안의 피폭의 위험성 <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긴 시간 동안의 피폭의 위험성)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주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선량 방사선도 고선량 방사선과 같은 수준으로 위험하다(즉, 고선량 방사선에 대한 적은 시간 동안의 피폭의 위험성 =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긴 시간 동안의 피폭의 위험성)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모두 검토했다.
위 이견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100의 데미지의 주먹(고선량 방사선)을 1번 맞는 것(피폭 시간) -- 이것을 1번 사건이라고 하자
1의 데미지의 주먹(저선량 방사선)을 100번 맞는 것(피폭 시간) -- 이것을 2번 사건이라고 하자
이 두 사건 사이의 위험성 차이가 있느냐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소거법으로 결론을 내렸다.
1번 사건이 2번 사건보다 위험하다는 주장, 그리고 2번 사건이 1번 사건보다 위험하다는 주장 모두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와 주장 사이의 괴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거법에 의해 남은 마지막 가능성
1번 사건과 2번 사건 둘다 동등한 정도로 위험하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즉 저선량 방사선이라도 오래 피폭된다면, 고선량 방사선을 비교적 짧은 시간 피폭당하는 것과 동등하게 위험하므로 저선량 방사선도 되도록 피폭을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현 상황은, 만약 일본의 국민이라면 저선량 방사선에 평생 동안 피폭당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약한 방사선은 맞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지건을 먹여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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