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드웨어 (아마도 맥북)이 발표될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WWDC는 결국 하드웨어 발표 없이 끝이 났다. 애초에 개발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발표이니 없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아마 맥북은 9월 정도에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
하드웨어 발표 유뮤 다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 대목은 바로 iPad OS의 변화일 것이다. 데스크탑 수준의 프로세서인 M1을 아이패드에 탑재했는데, 그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는 아쉬운 상황이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iPad OS의 변화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수준의 변화는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M1 아이패드를 반품하는 인증글을 올리면서까지 WWDC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변한 부분은 멀티태스킹 쪽에 상당히 집중되어 있었다. 자유로운 화면 설정이 불가능한 아이패드에 대한 불만을 최대한 잠재우기 위해서 애플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실제로 몇몇 부분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할 것이다.
멀티태스킹 이외에도 퀵 노트라던가 위젯의 개편이라던가하는 곁다리 변화도 있었지만,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결국 2021 WWDC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아이패드의 발전으로 인해 아이패드와 맥의 공존이 가능한가? 서로 팀킬이 일어나는 것을 애플이 막을 수 있을까?"였다. 그리고 애플은 이에 대한 답변을 유보했다는 것이 내 WWDC에 대한 감상평이다.
아이패드 OS의 주요 주제 선정에서부터 애플의 고민이 잘 드러난다.
애플이 분명 멀티태스킹에 대한 개선을 강조하긴 했지만, 정말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있는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애플은 아이패드 OS에 좀 더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멀티태스킹 도중 하나의 화면을 내리고 다른 앱을 그 자리에 바로 채울 수 있는 방식이라던가, shelf라는 기능을 도입해서 여러 창을 숨겨놓을 수 있다던가 하는 기능으로 아이패드의 멀티태스킹 개선을 강조하면서 불편함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
물론 애플이 선보인 멀티태스킹의 개선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걸 보고 아이패드 에어4를 살 생각이 생겼으니 말이다. 이번 아이패드 OS에 큰 진전이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난 YES라고 말할 것이다. 태블릿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소프트웨어가 iPad OS이고, 이번 멀티태스킹의 변화는 이 소프트웨어를 분명 더욱 발전시켰다.
하지만, 부족하다. 하드웨어의 전진 속도에 비해서 소프트웨어의 전진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하드웨어 전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소프트웨어 발전이 느려보이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테크 리뷰어들이 말하는 "뛰어난 아이패드 OS는 과연 가능할까?
당연히 애플이 뻔히 보이는 해결책을 사용하지 않고, 빙빙 돌아가는 선택을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패드와 맥이 사용성이 겹쳐서 서로의 판매량을 잠식하는 것을 애플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테크 리뷰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아이패드에 macOS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뛰어난 iPadOS를 원한다."는 말이다.
정말 웃긴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뛰어난 iPadOS는 분명히 맥과 같은 생산성을 가진 OS이다. 그리고 만약 애플이 그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아이패드에 사용한다면, 그것이 macOS가 아니더라도 아이패드는 분명히 맥의 판매량을 잠식할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iPadOS가 발전할 방법들은 하나같이 macOS의 핵심들이다. 자유로운 탭 이동, 자유로운 탭 크기 조절, 자유로운 파일 관리, 써드파티 프로그램 설치의 유용함... 뛰어난 iPadOS는 결국 macOS의 핵심을 가져와서 iPadOS라는 이름표만 붙이는 것에 불과하고, 그렇게 하면 애플의 마진은 줄어든다.
iPadOS가 뛰어나지면 맥과 아이패드 사이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세상 똑똑한 놈들만 모여있는 애플이 해결책을 못 내놓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현 상황을 애플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자면, 애플은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아직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 내 예상이다.
일단 하드웨어의 스펙을 크게 끌어올렸고, 맥OS 혹은 그에 준하는 파워의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 놓았다. 이제 그 아이패드를 "진짜 랩탑의 대체품"으로 끌어올릴 것인지, "그저 맥 사용자를 위한 보조 장비"로만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아마 다음 WWDC에서는 확실히 결정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애플의 스탠스는 확고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WWDC였다. 그리고 이윤을 극대화할 방법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맥과 아이패드 사이를 자유롭게 스크롤하고 파일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연하면서, 아이패드 프로를 맥 사용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 자리매김시키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애플의 잠정적인 결론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아이패드로 맥을 대체하지 말고, 맥도 사고 아이패드도 사게 만드는 것인 것 같다.
머리 싸매고 고민하던 애플이 내놓은 (자신들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다. 뛰어난 하드웨어에 불구같은 소프트웨어, 그래서 결국 둘 다 사게 만들려는 애플의 술수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애플의 바램대로 움직일지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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