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까지일까?

별의 별 것을 다 구독하라는 시대에 살고있는 요즘... "이것도 구독하라고 하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을 자주한다.

 

이 걱정을 시작하게 만든 것은 벤츠의 리어 엑슬 스티어링 구독제 판매였다.

그게 되는 차를 만들었으면 그냥 팔 것이지 그걸 원격으로 소프트웨어 락을 걸고 구독할 때만 열어준다는게 말이 되는건가 싶었다. 어차피 돈 없어서 벤츠 못사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내가 지금 이용하는 구독 시스템은 전부 해당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을 해주는 것들이다.

애플원, 네이버멤버십, Notion, 넷플릭스 등등 말이다.

애플원 중에서 iCloud는 애플이 데이터서버 관리를 대신하고, 애플뮤직, 아케이드, TV+도 지속적으로 애플이 관리한다. 

네이버멤버십은 꾸준히 쿠폰과 추가 적립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종의 연회비같은 것이다.

Notion은 구독을 하면서 Notion이 제공하는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받고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또한 받는다.

넷플릭스는 구독 요금을 투자하여 계속 볼 컨텐츠를 만들어준다.

지속적인 관리, 개선, 컨텐츠 제공을 한다면 그것에 대해 월 구독료를 지급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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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소유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들이 구독 서비스로 대체된다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1회성 구매로 이용할 수 있었던 소프트웨어들도 해당 소프트웨어의 개발회사가 따로 유지보수를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 없음에도(사실상 한 번 시장 출시 후 방치할 의도라도) 지속적인 매출의 추구를 위해 억지로 구독 서비스로의 전환을 할 수 있다. 사실 이는 이미 내가 한 번 데일뻔 했는데, 그놈의 '한글과 컴퓨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뭐 하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 한컴오피스를 구독제로 돌려버리다니...한컴독스 월 구독료가 6900원인데 1년만 써도 82800원이다. 이 썩을 것들... 예전에는 5-6만원 정도 주면 평생 쓸 정품 라이센스를 줬는데 이제는 그럴 생각이 없는 놈들이다. 여기서 더 사악한 것은 조금만 한컴오피스 공식 홈페이지에 장기 미로그인을 하면 해당 계정과 해당 계정에 등록된 라이센스를 싹 다 날려버린다는 것이다. 로그인 안하면 계정 날려버린다는 메일 보고 등골이 서늘해져서 바로 로그인하게 만들었다.

 

기존에 1회성 판매를 하던 상품을 구독제로도 판매해서 소비자에게 2가지 선택지를 준다면 이는 물론 소비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지속적 매출을 내기 위해서 1회성 판매의 선택지를 없애버리고 구독제만을 소비자에게 강요한다면 이는 큰 문제다. 더군다나 그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다른 상품을 구매할 생각을 가질 수 없을 때, 구독제 강요는 폭정이다. (한컴이 그런 경우다. 모두 울면서 한글을 쓰는데 1회성 판매 상품은 없애버리고 구독제만을 강매한다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매출 성장이나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이 구독제 적용이 적합하지 않은 상품에도 구독제를 적용하려는 시도에는 명백히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서서히 매출을 성장시키고 유지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그런데 애플은 미국과 중국 젊은 층에서 정말 시장 지배적이다. 아이폰을 판매가 아니라 구독제로만 쓸 수 있도록 전환한다면? 오우쉣이다. 실제로 애플 내부적으로 애플 하드웨어에 대한 구독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돈만 벌 수 있다면 규제가 없는 분야에서는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게 기업들이니...

 

구독 서비스로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나 상품에 대한 명확한 법률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 안그러면 내 것은 아무것도 없는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