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더욱더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서 '자동화의 설계&통제'를 담당할 수 있는 극소수의 기업과 사람은 전례없이 부유해지는 반면,
그러한 능력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변변찮은 일자리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치고 있다.
이런 소득창출능력의 양극화 현상은 지금도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노동에 대한 보상이 법으로 보호되는 국가(이른바 선진국)에서는
거대기업들이 이미 구축된 인프라로 돈을 쓸어담고, 소시민은 일자리 부족현상과 실업률 폭등을 겪고 있다.
노동에 대한 보상이 법으로 보호되지 않는 나라(이른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서는
부정부패로 많은 부가 탕진되고, 소시민들은 1달러도 안주는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해야만 한다.
어느 세상을 가던, 양극화는 미친듯이 진행되고 있다.
NSA의 내부 고발자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4년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자동화는 필연적으로 일자리를 줄여나갈 것이며,
일자리가 없거나 변변치 않은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일상적 삶을 유지할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가 점차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그런 일자리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방법을 찾도록 촉구한다.
(설마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능력이 없는 존재이니 굶어죽든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할
맬서스주의자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최저소득 보장제도보다 기본소득이 우월한 이유
"낙인 제거, 그리고 행정적 편의성"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에는 이미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방법이 존재한다.
바로 공공부조, 최저소득 보장제도다.
꽤 많은 사람들은 위의 제도가 이미 존재함을 들며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이에 동의하실 분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런데, 최저소득 보장제도에는 중대하고 치명적인 결함이 존재한다.
바로 수혜대상자들이 그 제도에 접근을 못하거나, 아예 접근할 생각조차 안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생산적 복지"이념이 완벽하다고 믿은 신자유주의자들도 생각하지 못한 문제다.
(이 말고도 생산적 복지 이념은 빈곤함정이라는 부작용도 유발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3부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왜냐하면 이 제도들의 수혜를 받는 방법이, 제도를 설계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쉬운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수혜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 험난한 길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한 번 생각해볼까요.
첫째로, 빈곤층이 스스로가 수혜대상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결식 아동들이 지원 카드를 꺼내는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자신이 수혜대상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들은 정말 모욕적이고 간섭적인 증명절차를 모두 거쳐야만
이런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둘째로, 수혜대상이 되는 조건도 나날히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제는 가족이나 친인척의 소득까지 조사하는 경우도 있어서, 빈곤층이 준비해야할 서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이는 생각보다 영향력이 큰 심각한 문제다.
수혜를 위한 서류를 준비하는 '절차적 어려움'
(빈곤층에게는 서류 준비도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런 준비를 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에게 찍히는 '낙인을 두려워하는 심리' 때문에...
사회보장 제도들은 당초 예상보다 지급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기본소득은,
기존의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이 가지는 행정적 복잡성과 낙인의 위험성을 모두 없앨 수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수령하기 때문에, 자신이 수혜자라는 사실을 드러낼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 단 하나다.
그리고 무조건적 지급을 하기 때문에, 그 많은 증명서류를 준비할 필요도 없어진다.
당연히 행정 운영에 투입되는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행정부가 해야할 일은 재원을 관리하고 출생자 계산과 사망자 계산을 하여 기본소득 수령 목록을 갱신하는 것 뿐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기본소득이 완전히 정당화되고, 완전무결한 정책이라고 결론 내려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 정책을 자세히 공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이제 기본소득의 지급 방법의 중요요소 4가지를 차례대로 다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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