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본소득 이해하기"시리즈는, 서적을 읽거나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의 엑기스만 뽑아낸 글이다.
이 글을 읽고, 언젠가 "나도 기본소득이 뭔지 알아"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그러니까 해외에서 온 여행객이나, 범죄자같이 모종의 이유로 사회로부터 격리된 사람을 뺀 모두)
2. 소득의 유무와 관계없이
3. 아무 조건도 내걸지 않고
4. 현금의 형태로
5. 정규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
이 것을 기본소득이라 한다.
매우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하다.
이 내용만 숙지해도 기본소득의 절반은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의 도입으로 다른 제도들이 폐지될까?
많은 사람들은 흔히 하는 주장으로
기본소득의 도입은 다른 모든 사회복지제도를 완전히 대체하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도 안되고.
기존제도들이 물론 축소는 될 수 있다. 하지만 폐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둘은 그 성격이 정말 다르다.
기본소득은 인간의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정책이고
건강보험같은 보장제도는 개인에게 부과되는 과중한 의료비용을 우리 모두가 나누어 부담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정책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기본소득이 도입되었다고 건강보험이 폐지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천문학적 치료비가 들어가는 질병의 경우, 사람들은 기본소득에도 불구하고 정말 무력해질 것이다.
지속적 수입이 있더라도 수백, 수천만원의 돈을 갑자기 지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기본소득은 모든 인간이 일상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지, 이런 폭탄같은 비용을 위해 제안된 것이 아니다.
물론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건강보험의 규모를 축소시킬 필요성은 있겠으나
완전히 건강보험을 없애는 것은... 우리가 신중히 고민해봐야할 문제다.
그러니까 우리는 기본소득이 다른 사회보장제도를 폐지시키면서
도입해야하는 정책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되는 거다.
'기본소득'이라는 단어의 오용
기본소득의 "기본"이라는 단어에는 '아무 조건도 없다'는 뜻이 이미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농업 기본소득이라던가...
재난 기본소득이라던가...
이런 단어들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단어다.
틀렸다고 딱 잡아때기는 좀 그러니까 말을 좀 바꿔보자면, 부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앞에 특정 조건이 붙는 순간 이미 그건 기본소득이 아니게 되는거다.
이런 경우에는 농업 지원금이나 재난 지원금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라도 "기본소득"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사용되어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로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것은
나같은 기본소득론자에겐 반가운 일이긴 하다.
왜 달마다 지급하는 것이 정론인가?
가장 활발히 의논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그 전제를 "달마다 지급"하는 것으로 하고있다.
왜 일년도 일주일도 아닌 한달일까?
농촌사회에 대한 연구결과로 이 이유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연구자들이 인도의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들에게 행한 연구가 있다.
농촌사회는 일 년의 총 수확물에 대한 수입을 주로 가을에 몰아서 받는다.
즉 농촌사회 구성원들은 1년중에
추수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추수 이전에 상대적으로 가난하다
연구자들은 이 사탕수수 노동자들에 대해 IQ 테스트를 진행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추수 이전(가난한 시기)의 IQ가 추수 이후(부유한 시기)의 IQ보다 14점 가량 낮았다.
이는 알코올 중독자의 IQ하락,
혹은 하루 정도 잠을 설친 상태에서의 사람의 IQ하락과 동일한 수준의 점수 하락이다.
즉 가난함이, 사람으로 하여금 제대로된 판단을 내릴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만약 기본소득을 1년마다 지급할 경우,
기본소득을 막 지급받은 직후에는 부유한 상태이지만,
다음 기본소득을 지급받기 바로 직전에는 매우 가난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리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띄엄띄엄 지급하는 방법은
빈곤층의 판단 능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지급 방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눈치챌 수 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전산을 통해 이를 실행한다 해도, 잡아먹을 트래픽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래서 그 중간 어딘가를 찾다가,
학자들은 인간에게 익숙한 주기 중 하나인
"한 달"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결론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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