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KBL, V리그는 우리나라의 축구, 농구 그리고 배구 프로리그인데, 겁나게 인기가 없다.
특히 K리그, 텅빈 관중석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왜그럴까?
단순히 실력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실력이 없는걸로 치자면, 유럽의 축구 2부리그, 3부리그도 관중이 없이 텅텅 비어있어야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국의 예를 들어보자,
2부리그인 EFL 챔피언십의 평균 관중수는 보통 2만명이고, 라이벌전의 경우 4만여명의 관중이 몰리기도 한다.
3부리그인 EFL 리그 원의 평균 관중수는 9천여명이다.
독일의 예를 살펴보자,
2부리그인 분데스리가 2의 평균 관중 수는 1만9천여명
3부리그인 분데스리가 3의 평균 관중 수는 8천1백여명정도 된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1부리그인 K리그의 평균 관중수인 8천여명보다 영국 3부리그와 독일 3부리그의 평균 관중 수가 더 많다.
K리그의 관중 수가 늘고있다고 긍정적인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솔직히 나는 2019년 K리그의 갑작스런 관중 증가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한 지역의 구단에 대한 애정이라는게 이렇게 급속도로 커질 수 있는게 아니다.
실력의 모자람이 적은 관중 수의 원인이 될 수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축구가 ‘유럽산 스포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영국을 기점으로 널리 퍼진 스포츠이다. 1800년 말부터 지금까지 유럽 각각의 도시에서 축구팀들이 만들어졌고, 각 구단들은 오랜 시간동안 그 지역 주민들과 상호작용을 했다. 그들에게는 “오늘 일 끝나고 축구 보러 ㄱ?” 아니면 “오늘 일 끝나고 술집 가서 축구 보러 ㄱ?”이 일상이었다. 축구는 자연스럽게 유럽 지역 사람들의 일상의 당연한 부분이 되었다.
축구팀은 자기 연고지를 큰 책임감을 가지며 대표하고, 사람들은 일상처럼 경기장이나 펍에 들려서 구단을 응원하는 이런 문화
이런 정서를 유럽 정서라고 할 수 있겠다.
(꼭 유럽에서만 가능해서 유럽 정서라고 하는게 아니라, 이런 정서 자체가 유럽에서 먼저 보이니까 이렇게 부르는 거다.
사대주의 같은게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축구는 일상의 한 부분인가? 대한민국에는 이런 정서가 있는가?
물론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 있겠지. 하지만 대부분 해외축구를 볼 것이고, 대부분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볼 것이다.
그래서 K리그는 사람들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될 기회를 애초에 가질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이더라도 다른 곳으로 놀러가지, 축구장으로 놀러가지 않는다. 축구장으로 가는 것 자체가 생소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성남에 무슨 구단이 있는지 잘 알지도 못했다.
그리고 성남에 있는 그 구단과 상호작용을 할 일도 없었다.
이긴다고 해도 별 생각 없고, 진다고 해도 별 생각 없고, 애초에 관심이 없다.
그것은 아마도 성남의 이름을 쓰는 그 축구팀이 정말 성남의 일원으로서 여러가지 일을 함께 겪은 공동체가 아니라,
그냥 갑자기 나타난 축구팀이 지역 연고 이름은 써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성남의 이름을 별 명분 없이 가져다가 썼기 때문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억지 라이벌리는 K리그를 더 모자라보이게 만들었다.
K리그는 리그 자체가 별 관심이 없자, 관심을 끌기 위해 억지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훌륭한 라이벌전인 엘클라시코, 북런던 더비, 머지사이드 더비와 같은 경기들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게 된 지금,
그런 억지로 만들어낸 라이벌 구도는 장난처럼 보일 뿐이고 K리그에 대한 거부감만 더욱 키우는 꼴이다.
'실력도 안되고 재미도 없는 것들이 되도않는 라이벌 더비를 지어내서 사람들 꾀어내려 한다.'는 비웃음을 사는 꼴이다.
생각해보니 하나 확실한 라이벌 구도가 있긴하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을 이용할 생각을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정말 할 수 있을까?
한국 근대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지역감정이 단순한 스포츠로만 분출될 수 있는 가벼운 지역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군부와 독재로 점철된 암울한 한국 근대사에서 친일의 계보를 이어가는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의 계속된 분열을 원하며 심어놓은, 치밀하게 계산하여 조작한 지역감정이니까.
만약 이 두 지역의 지역감정을 이용할 계획을 말로 꺼내기만 한다면 정치적으로 뭇매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욱하게 하지만서도 스포츠만으로도 가볍게 분출할 수 있는, 묵직하면서도 유치원스러운 지역감정은 우리나라에 없다.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감정말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만약 과학이 발전하지 않고, 사람들 사는게 1900년대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 끝나고 축구 보러가는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유튜브나 넷플릭스같은게 없던 시절이 계속되었다면, 우리도
“여 오늘 일 끝나고 성남 경기 ㄱ?” “여 오늘 일 끝나고 술집가서 성남 경기 ㄱ?”이런 문화를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립하고 K리그를 발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시간은 지날대로 지나버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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