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을 보면서 메르세데스 2형제인 해밀턴과 보타스가 맨날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F1은 솔직히 95%의 차빨이 좌지우지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만년 꼴찌 조지 러셀이 메르세데스의 머신을 타는 빅 이벤트를 보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드라이버인 루이스 해밀턴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2020 샤키르 GP에 결장하게 되었다.
만약 호전되지 않는다면 그 다음 그랑프리인 아부다비 그랑프리에도 결장할 수 있는 상황.
그래도 메르세데스의 머신은 두 개이고, 하나를 방치할 순 없는 노릇
메르세데스는 드라이버 시트 하나를 땜빵하기 위하여,
윌리엄스 레이싱의 조지 러셀과 초단기 계약을 맺는다.
조지 러셀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1998년생
영국 태생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 그랑프리 데뷔
순둥순둥하면서도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외모가 포인트
그는 2019 시즌을 단 1포인트도 따지 못하고 데뷔 시즌을 마감한다.
20명의 드라이버중에 20등을 했다는 소리다.
이 결과만 보면, 무능력한 신인 드라이버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사실 조지 러셀은 유망주 리그인 F2에선 리그를 씹어먹는 실력자였다.
F2의 규정을 한 번 살펴보면 F1의 시스템에 의문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F2는 모든 선수들이 반드시 같은 섀시에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
따라서 팀마다 다른 섀시와 다른 엔진을 사용하는 F1과는 달리,
F2는 드라이버 본인의 실력이 등수와 직결되는
진정한 실력 싸움을 할 수 있는 리그이다.
조지 러셀은 F2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똥차 중의 똥차를 만드는 윌리엄스 레이싱과 계약한다.
그러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최하위권에서 벗어날 수 없던 것이다.
그런 그가,
현재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메르세데스의 머신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연습주행(FP), 그리고 퀄리파잉
F1 그랑프리는 매 그랑프리마다 경기장의 특성을 익히고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3번의 연습 주행을 한다.
해밀턴의 습관과 스타일에 최적화된 머신을
조지 러셀이 타고 연습 주행을 하게 되었는데....
3번의 연습 주행 중에, 1등만 두 번 차지했다.
(FP1에서 1위, FP2에서 1위, FP3에서 7위를 차지했다.)
매번 하위권에서 놀던 조지 러셀이,
차 하나 바꿨다고 바로 우승권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 기세를 몰아 조지 러셀은 퀄리파잉(출발 순위 결정 예선전)에서 2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대망의 샤키르GP 본 경기
-의심이 가는 메르세데스 크루들의 실수들-
대망의 본경기
조지 러셀은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며 스타트에서부터 보타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
초반부터 같은 팀 보타스를 2초 차이로 앞질러가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57랩에는 2위 보타스와 5.6초차이까지 벌리기도 했다.
하지만 62렙에 에이켄이 스핀을 하는 실수로
프런트윙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래서 옐로우 플래그가 선언되었는데...
이때부터 메르세데스 크루들은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옐로우 플래그로 인해 타이어 교체의 기회가 생기자,
메르세데스는 러셀과 보타스 모두를 동시에 피트로 부르는 더블스택을 시도한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메르세데스는 밥먹듯이 더블 스택을 하던 팀이었으니
피트 크루들도 이에 대한 연습도 잘 되어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날의 메르세데스는 이상했다.
이상한 것을 넘어 수상했다.
이상한 정황 1. 너무 느렸던 타이어 교체
우선, 러셀의 타이어를 교체하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5.3초이다.
러셀이 보타스보다 늦게 피트인한것도 아닌데!
우측 하단을 보면 러셀의 피트인 시간은 무려 5.3초이다. 대략 3초의 시간을 그냥 증발시킨 것이다.
통상적으로 F1의 타이어 교체에 걸리는 시간은 2초 내외이다.
더블 스택으로 인해 여러가지 신경쓸 일이 많다고 하더라도,
시간 지연은 뒤에 들어오는 차에 주로 발생하지 앞에 들어오는 차에서 발생하지는 않는다.
더블스택 밥먹듯이 하던 메르세데스 크루들이, 이날만 갑자기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그런데 이 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상한 정황 2. 보타스의 타이어를 러셀 차에 끼운 크루들
F1의 규정 상, 각 머신들은 각자만의 타이어만 써야한다.
즉 A선수의 차의 a라는 타이어 4개를 B선수의 차에 사용해서는 안된다.
만약 타이어를 다른 차에 사용하면 규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 날, 메르세데스의 피트 크루들은 보타스의 타이어를 러셀의 머신에 끼우는 실수(?)를 했다.
(이게 뭔 개소리야)
전에 한번도 안하던 실수를, 해밀턴이 아닌 러셀이 시트를 차지한 날에 바로 발생했다.
(F1이 무슨 축구처럼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는 아닌데....
드라이버 바뀌었다고 피트스탑이 어려워지는 건 절대 아니니까.)
그래서 러셀은 규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바로 다음 랩에서 또 피트인을 해야했다.
엄청난 시간 손해를 보게된 셈이다.
이때 러셀의 순위는 5위로 떨어진다.
이상한 정황 3. 너무 빨리 터져버린 미디움 타이어
바로 그 다음 랩인 64랩에 러셀은 다시 피트인을 해서 타이어를 교체한다.
이때가 총 87랩중 64랩이 진행된 시간이었다.
이때 교체된 타이어는 미디움(노란색, C3) 타이어이다.
이게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미디움 타이어의 수명은 30랩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런데 러셀의 소프트 타이어는 64랩에 사용을 시작해서 79랩에 펑쳐(펑크)가 난다.
15랩만에 미디움 타이어에 문제가 생긴것이다.
페이스를 올리며 5위에서 2위까지 다시 순위를 끌어올렸던 러셀은
또 다시 피트인을 해야했다;;
러셀의 순위는 9위로 떨어졌고,
보타스의 타이어를 사용해서 1랩을 달렸다는 이유로 그 포인트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찜찜한 메르세데스의 실수들
피트 스탑과 타이어 교체, 타이어 관리 모두 피트크루들이 하는 일이다.
러셀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들에서, 러셀의 업적을 방해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그것도 한번도 없었던 실수들이 해밀턴이 없고 러셀이 있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이 실수들이 고의적이라는 느낌이 팍 온다.
소설이라지만 계속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실수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거 고의인거같단 말이지....
일단 상황만 따지면 메르세데스가 고의로 실수를 해도 되는 상황이다.
2020시즌의 드라이버 챔피언은 해밀턴으로 확정된 상황,
게다가 2020시즌 컨스트럭터 챔피언도 메르세데스로 확정된 상황.
이미 1등을 다 따놓은 상황인 것
이번 한 경기 던진다고 해도 메르세데스 입장에서는 기록에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 2년차 신인이고, 매번 최하위권 경쟁을 하던 러셀이
메르세데스 머신을 타고 바로 최상위권 우승 경쟁을 한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게되면
사람들이 해밀턴의 7회 월드 챔피언이라는 업적을 뭐라고 생각할까?
차빨로 쉽게 달성한 기록이라고 폄하할 여지가 주어진다.
그런데 실수인 척 러셀을 담궈버리면 사람들은 메르세데스 피트 크루만 욕하고
러셀이 1위를 할 뻔했다는 사실은 잊혀진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기록이니까.
물론 진실은 메르세데스 감독과 크루들만 알 수 있다.
그래서 답답하다.
해밀턴이 아부다비 그랑프리까지 완치 판정이 나오지 않기를 바랬다.
근데 해밀턴 왜 이렇게 빨리 완치되냐고....
나는 러셀이 메르세데스 머신을 타는 모습을 한 번 더 보고싶다.
그래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해밀턴의 7회 월챔이 차빨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주면 좋겠다.
메르세데스 크루들이 러셀의 레이스를 망친 것이 고의였다면,
설마 아부다비에서도 망칠수는 없었겠지. 너무 티가 날 테니까.
나의 '해밀턴은 차빨'이라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하다.
해밀턴이 윌리엄스 레이싱과 계약해서
윌리엄스의 개똥차를 타고 포인트를 획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승이나 포디움도 필요없다. 1포인트만이라도 따면 된다.
그렇다면 나는 메르세데스의 머신도 대단하지만,
해밀턴의 운전 실력도 대단하다고 비로소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럴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완치되자마자 러셀 시트 다시 가져간 욕심쟁이 해밀턴이 이런 명예 깎아먹는 짓을 할리가, 바로 은퇴하겠지)
이제 F1의 드라이버 챔피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을 것이다.
F1 순위에서 가장 중요한건 컨스트럭터 순위임이 확실하다.
결국 이 F1은 차빨 스포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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