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에어를 배송받고 실사용을 시작한지 대략 10일 정도가 되었다.
전에는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2014년 맥북 프로 13인치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번 6년 사이의 기술의 발전을 핥아보면서 사용기를 써보려고 한다.
딱 3월 11일에 배송이 되었다.
CTO 어떻게 했음?
애플의 제품들은 에어팟 시리즈를 제외한 모든 하드웨어 제품이 CTO(고객 커스터마이징)가 가능하다.
내가 업그레이드한 옵션은 '램 옵션' 딱 하나다.
그래서 내 맥북에어의 최종 스펙은 다음과 같다.
Apple M1 chip
16GB Ram
256GB SSD
왜 이번 M1맥북의 램 최대 용량은 16GB인가?
다다익램이라는 말이 있듯이 램 용량을 미친듯이 높여서 주문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작업이 램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 사람들은 16인치 맥북프로를 샀을 것이 당연하지만, M1맥북의 기본 램 용량이 왜 에어와 프로 공통으로 최대 16GB밖에 안되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번 M1 프로세서가 SoC(시스템 온 칩) 구성을 가지고 있고, 빠른 속도를 위해 램을 칩 가까이에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m1 SoC의 실제 모습이다.
은빛 판때기로 덮여있는 부분이 애플이 설계한 프로세서 부분이다.
오른쪽의 검은 칩 두개가, M1칩 바로 옆에 붙여놓은 램이다.
M1칩이 속도를 끌어올린 방법 중 하나가, 시스템 칩과 램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매우 가깝게 두는 것도 있었다.
이렇게 하면 중간에 데이터 중간저장창고 역할을 하는 캐시를 줄일 수 있고 속도가 향상된다.
그 덕분에 램과 칩 사이의 응답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마도 칩 옆에 딱 붙여놓을수 있는 램 공간이 딱 저만큼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그냥 애플이 16GB까지만 만들어보고 그 이상은 추후 발표될 M1X모델에서만 적용시켜서 급나누기하려는 거일수도 있다...
왜 용량은 안건드리고 램만 16GB로 업그레이드 했냐?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구매한 후에는 나중에 손대기 어려운 부분이 램이라서 그렇다.
100만원 넘는 노트북을 샀는데 나중에 내가 하고싶은 일이 노트북 램 용량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하면 마음이 아플거같았다.
알다시피 SSD같은 저장소는 썬더볼트 3 케이블을 이용해서 외장 SSD를 연결하면 해결할 수 있다.
아니면 요즘 잘 되어있는 원드라이브에 자료를 저장해서 용량을 관리해도 된다.
하지만 램은 그게 불가능하다. 애플이 램을 메인보드 위에 직접 밖아넣는 방식을 선택한 이상, 램을 물리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물론 얼마전에 맥북 램 용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기상천외한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긴했는데, 영상 당사자도 이런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냥 가능은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영상만 봐도 이게 번거롭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둘째, 맥북의 메모리 스왑 때문이다.
이는 윈도우에도 있는 기능이긴 한데, 시스템 상에서 램 용량이 부족할 일이 있다고 느끼면, SSD 용량의 일부분을 램처럼 사용한다. 이를 메모리 스왑이라고 한다.
당연히 8GB 램을 사용하면 시스템 상에서 램 용량 관리를 더욱 빡빡하게 하고, 더욱 자주 스왑을 한다.
SSD 수명이 반 영구적이면 좋겠지만, SSD라는 기술의 특성한 읽기와 쓰기 횟수에 제한이 있다. 그런데 SSD 용량 일부를 '빈번한 읽고 쓰고 지우기를 해야하는 특성을 가진' 메모리로 사용한다면... 당연히 좋지 않다.
내 사용 환경에서는 램을 많이 사용하면 대략 9-10기가 정도까지 사용을 하는데(과제하다보면 브라우저 탭 20개 넘어가는건 일도 아닌거 다 경험할 것이다.) 만약 이 작업을 8GB 메모리를 가진 맥북에서 하면, 시스템 단에서 엄청나게 스왑을 해댈 것이다.
하지만 내 맥북은 최대 램 용량이 16GB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번도 메모리 스왑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램 용량은, 일부 인텔 기반 프로그램을 로제타라는 변환 프로그램을 통해 돌려야만 하는 과도기를 겪는 맥북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최적화된 명령어셋을 바로 쓰는게 아니라 x64기반 프로그램을 로제타를 통해 ARM 명령어로 번역해서 실행하기 때문에 램을 특히 더 잡아먹고 있는게 사실이다. 거기에 맥북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애플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왑 기능이 겹쳐졌다.
이미 로제타를 통해 인텔 기반의 어도비의 전문가 프로그램을 헤비하게 돌린 사람들의 SSD 수명이 10-13%나 감소하는 현상이 맥루머스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당연히 대부분의 경우 8GB 램을 탑재한 경우다. 인텔 프로세서를 이용한 맥북에도 이런 현상이 보고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M1 맥북에서 발생한 이슈들이다. 노트북이 출시된지 지금 반년도 안되었는데 SSD 수명이 저만큼이나 짧아진 것이다.
물론 맥북을 헤비한 작업이 아닌 데일리 노트북으로 이용하려고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큰 이슈가 아니다.
다만 애플이 과도한 스왑으로 인해 SSD 수명이 단축될 수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메모리 스왑 강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8GB 램을 탑재한 M1 맥북은 출시 때보다 훨씬 낮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우려가 있다. 적은 램 용량을 빈번한 스왑으로 해결했는데 더이상 그럴 수 없을테니 말이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램 업그레이드를 선택했다.
전체적인 하드웨어에 대한 평가
모니터 9/10
모니터의 색표현과 해상도는 매우 좋다. 이 가격대(백만원 초중반) 노트북들 중 최상급이다.
좋은 액정에 맥OS 특유의 색정확도 때문에 눈이 즐겁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베젤은 살짝 사람 답답하게 만든다. 그래서 9점 준다.
키보드 9/10
사람 절로 욕나오게 만들던 버터플라이 키보드(이거 적용한 모든 맥북은 무료 하판 교체 대상이니 키보드 좀 이상하다 싶으면 그냥 가로수길 가서 공짜로 교환받아라.)를 버리고 원래의 가위식 매커니즘을 적용한 키보드로 돌아왔다.
모두 박수!
무난무난한 팬터그래프 키보드다. 난 개인적으로 키보드 타건감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한다.
스피커 10/10
이 쪼그마한 13인치 노트북에서 어떻게 이런 괴물같은 소리가 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10점 만점에 100점 주고싶다.
디자인 10/10
맥북 갬성 충만, 만점
트랙패드 10/10
맥북의 상징 트랙패드, 여전히 시원시원하고 활용도 높고 좋다.
요즘 윈도우 트랙패드도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맥북의 트랙패드는 못따라온다. 만점
포트 5/10
썬더볼트 3를 지원하는 USB - C 포트 두개를 노트북 왼편에 두고있다.
어차피 요즘 너무 많은 것들이 유선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옛날보단 덜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포트는 다다익선이고, 두개는 좀 양심 밥말아먹었다.
만약 포트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존버해서 나중에 포트 더 업글레이드 해서 나온다는 차기 맥북을 구매하도록 하자. 뉴스 보니까 차기 맥북은 맥세이프 부활하고 USB-A포트하고 HDMI포트 부활하고 그런다는데...
포트 구성은 5점 준다.
무게 7/10
절대적인 수치로 따지면 가볍지는 않다. 1.29KG 정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풀 알루미늄 하우징이라는 디자인 특성을 고려해보면 생각보다 가벼운 노트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무난한 무게를 가진 노트북이다. 7점 준다.
실사용하면서 느낀점
1. 충격과 공포, 노트북이 조용하고 차가울 수 있다.
노트북이 안뜨겁다. 진짜 뭔 개지롤을 떨어도 노트북이 안뜨겁다.
인텔맥 쓸때는 유튜브만 틀어도 키보드가 뜨끈뜨근해지고 팬이 미친듯이 돌았는데 말이다.
근데 맥북에어는 쿨링팬이 아예 없다. 즉 노트북 내부에서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제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일을 매우 빠르고 쾌적하게 처리한다. 애플이 괴물같은 칩을 만든 것은 확실하다.
2. 생각보다 아이패드, 아이폰 앱을 맥북에서 사용하는 것에는 제약이 많다.
모든 아이폰을 앱을 맥북에서도 돌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면, 좀 시간이 지난다음에 사는 것을 추천한다. 꽤 많은 앱들이 맥북에서는 막혀있다. 기술적으로 못돌리는 것이 아니라, 앱 제작사들이 그냥 막아놨다.
시스템 코드를 추출해서 맥북에서 돌릴 수 있기는 한데, 귀찮다.
아마 앱 제작사들도 자기들 앱이 노트북에서 돌아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가지 정책들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서 일단 막아놓고 생각하는 것 같다.
3. 맥북 호환성 문제는 여전하나, 점차 해결되고 있다.
일단 오피스365 매우 잘 돌아간다. 일부 민원 서비스들은 각종 인증절차가 간소화되서 맥북으로도 처리 가능하다.
하지만 공인인증서하고 각종 보안 프로그램 깔으라고 닥달하는 서비스들은 여전히 맥북에서 이용하기에는 불편하다.
하지만 옛날에는 한국에서 맥북 사용하면 웃긴사람 취급받았는데(당연히 생계를 위해 맥이 필요한 사람들은 제외), 이제는 데일리 노트북으로 맥북을 선택해도 좋은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까지는 된 것 같다.
4. 배터리는 어나더 레벨이다. 미쳤다. 배터리가 안닳아.
크로미움 기반의 MS엣지 브라우저 탭 10개 내외
애플 뮤직
Todoist(할일 관리 프로그램)
Spark(써드파이 메일앱)
OutLook
카카오톡
오피스 365 + 원드라이브
유튜브 감상 가끔씩
블루투스 상시 ON
밝기는 중간
이정도로 노트북을 사용한다.
주로 한 작업은 대학교 온라인 강의 수강, 블로그 글 작성, 음악 감상, 영상 감상, 대학교 과제 정도가 있다.
이정도 작업을 했을 때 100% 충전된 노트북으로 6시간 정도 작업하면 배터리가 50% 정도 남는다.
그러니까 한번 꽉 충전하면 하루종일 노트북을 사용할 경우 올데이 배터리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고, 가끔씩 노트북을 킨다면 4-5일마다 충전해줘도 충분하다.
5.기본 제공 배터리 어댑터의 출력은 30W인데, 약간 답답하다.
맥북에어가 허용하는 충전 출력은 45W인데, 기본 제공 어댑터는 30W짜리다. 묘하게 기분 나쁘다.
6. 핸드폰 무음충인 나를 맥북이 여러번 살린다.
핸드폰 무음으로 해놔도, 맥북을 보고있는데 전화가 오면 맥북 오른쪽 상단에 바로 전화받기 팝업이 뜬다.
그러면 그거 받아서 노트북에서 전화 통화 가능하다.
근데 이건 전에 쓰던 2014 맥북프로에서도 가능하다.
7. 아이폰 쓴다면 에어드랍, 메모 연동, 연락처 연동, 사진 연동 때문에 너무 편하다.
맥북 쓰다가 아이폰 꺼내고, 아이폰 쓰다가 맥북 꺼내도 흐름이 전혀 안깨진다.
강력한 연동성 때문에 너무 편하다.
이것도 전에 쓰던 맥북프로에서 가능하긴 했다.
8. 부트캠프같은 거 없다.
인텔 프로세서에서 ARM기반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쥐꼬리만큼이라도 남아있던 호환성(맥북에 윈도우 설치)마저도 사라졌다. 만약 맥이 생소한 사람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했다가는 일주일 뒤 당근마켓에 맥북을 올려놓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애초에 나는 맥북에 적응되어있고 내 사용 용도도 잘 알았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잘 쓰고있다.
그래서 사 말아?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노트북이다. 애플 제품 중에 몇 안되는 가성비 라인업이다. 이 성능에 이 마감 퀄리티에 이 가격이라니, 동급 윈도우 노트북 다 압살하는 중이다. 하지만 무작정 지르는건 좋은 소비자의 자세가 아니다.
노트북 알아보고있는데 맥북에 꽂혀버렸다고? 어차피 내가 말려도 결국 사게 될 것이지만...
하지만 최대한 생각해보고 사라고 조언을 좀 해주려고 한다.
가능한 환경마다 살지 말지 추천해보겠다.
상황 1. 집에 윈도우 데스크탑이 있다.
맥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사도 된다. 윈도우 필요한건 데스크탑 켜서 하면 된다.
만약 집 밖인데 윈도우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면 평상시에 데스크탑을 켜놓고(생각보다 대기전력 많이 안먹는다.)
팀뷰어, JumpDesktop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리모트 데스크탑으로 해결하면 된다.
상황 2. 집에 윈도우 데스크탑이 없는데, 윈도우 노트북도 없다.
곱게 윈도우 노트북 사라.
좋은 윈도우 노트북도 많다.
LG 그램
델 XPS
삼성 갤럭시북 이온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랩탑
등등 많다.
한국의 특성상 윈도우 돌아가는 컴퓨터가 하나도 없으면 많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상황 3. 아이폰, 아이패드 유저고 윈도우 기기 이미 있다.
사면 천국 간접경험 가능
왜 아직도 안삼?
상황 4. 아이폰, 아이패드 유저인데 윈도우 돌아가는 기기 없다.
곱게 윈도우 노트북 사라
상황 5. 안드로이드 폰 유저인데 윈도우 돌아가는 기기 있다.
상황 3보다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상황 6. 안드로이드 폰 유저인데 윈도우 돌아가는 기기 없다.
곱게 윈도우 노트북 사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제 맥북 사도 호구 아니다.
이번 맥북 에어 정말 만족스럽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서 군대 간다음에 돌아와도 충분히 현역일 성능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다.
아마 앞으로 5-10년은 충분히 쓰고도 남을 것 같다.
애플에서 가성비 제품 내는 일이 흔치 않은데, 팀 쿡에게 압도적 감사를 표한다.
'TE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퍼비쉬 로지텍 Mx Keys 일주일 사용기 (0) | 2021.03.29 |
---|---|
M1 맥북 SSD 이슈 원인과 해결 방법 (2) | 2021.03.26 |
맥 쓴다면 추천하는 필수앱 - (지속 갱신) (0) | 2021.01.24 |
아이맥은 가성비 구린 컴퓨터일까? - 27형 아이맥 (0) | 2021.01.22 |
아이맥은 가성비 구린 컴퓨터일까? - 아이맥 21.5형 (0) | 2021.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