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의 지급 방법의 중요요소 세번째는 "보편적 지급"이다.
이번 글에서는 최저소득 보장제도와 기본소득 제도를 다시 한번 비교해보면서
"보편적 지급"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보편적 지급"이란 모든 사회의 구성원에게(즉 대상이 백만장자이든 중산층이든 빈민이든 상관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을 뜻한다.
보편적 지급을 자세히 알기에 앞서서
기존의 최저소득 보장제도에 대해 다시 알아보자.
최저소득 보장제도는 반드시 재산 조사를 거치게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한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저소득 보장 보조금은 정부가 매년 지정하는 최저소득 기준과 수혜 가구의 소득의 차액과 같고,
그 차액이 얼마인지 알려면 재산조사를 해야만 한다.
말이 좀 어렵우니 예시를 들어보자.
정부가 지정한 가구 최저생계비가 100이고 한 가구의 현재 소득이 50이라면,
최저소득 보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부보조금은 50이다.
쉽게 말하면 합이 100이 되도록 정부가 맞춰주는 것이다.
만약 한가구의 현재 소득이 70이라면 보조금은 30으로 줄어든다.
즉 수혜 가구의 소득이 상승할 경우, 그 상승량에 정비례하계 각종 수당과 혜택은 줄어든다.
이렇게 보조금을 변동시키려면, 정부는 지속적으로 재산조사를 해야만 한다.
만약 정부가 개인의 자산뿐만 아니라 개인의 주변 친인척의 소유자산까지 종합하여 수혜대상을 선정하는
이 현행제도를 계속 유지하거나 더 강화한다면...
이 제도를 운영하는데 투입되는 행정부의 자원이 점점 커질 것이고, 급기야는 점점 커지는 예산 규모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 복지제도의 존재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정책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할테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혜대상임을 증명해야하는 빈곤층은 (특히 사회복지제도를 어려워하고 이해할 능력이 되지 않는 저학력 빈곤층은) 자신의 생활상황이 갈수록 나빠져만 간다고 느낄 것이다.
아무튼,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기존의 최저소득 보장제도는 재산 조사 이후 작동하는 ‘사후성’이라는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사후적 '최저소득보장제도' VS 사전적 '기본소득 제도'
이에 반해 기본소득 제도는 개인의 재산이나 주변 친인척의 재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소득을 지급하므로, ‘사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조사의 필요성이 없이 선제적으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본소득의 기본개념을 처음 접할 경우 "사전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재원이 빈민층에게만 사용되지 않고 부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게 사용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의문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본소득 제도는 언듯 보면 비합리적인 복지제도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 사전적, 보편적 지원이 합리적이라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할만한 논거는...생각보다 정말 많다.
첫째로,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가지는 보편성이라는 특징 그 자체가 있다.
‘사회의 가장 소외된 개인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들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냥 모두에게 주는 '보편성'을 가지는 것이다.
즉 기본소득이 선별적 최저소득 보장제도보다 소외계층의 수혜율이 훨씬 높을 수 있다.
빈곤층을 위한 최저소득 제도를 만들었는데, 그들이 제도에 대한 접근성 때문에 수혜를 받지 못한다면
그 제도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최저소득 보장제도는 수혜자를 엄격하게 골라내기 위해 복잡한 심사과정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수혜자는 모욕감, 수치심, 급박함 혹은 무지 때문에 소득보장제도의 수혜를 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않거나 못할 수 있다. 정부도 심사를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빈민층이 밟아야하는 행정적 절차가 완화된다.
그들이 수치심을 가질 필요도 없어진다. 행정 절차의 적용 시간도 현저히 줄어든다.
이를 학술적으로 말하면 ‘더 낮은 정보비용으로 더 높은 수급률을 달성한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딴 이야기로 세자면...
최저소득 보장제도와 비슷한 성격을 띄고있는 코로나19 사업자 긴급재난지원금도,
사실 저는 좋지 못한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이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업자들이 하루하루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자들은, 자신의 저번 분기 소득이라던가, 매출액이라던가
이런 자격증명서를 뽑고 제출하고 심사를 기다리고...
이런 절차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고 있다.
만약 심사가 하루라도 늦춰지면 인생이 달라질 사람들이 저 밖에 정말 많이 있다.
그리고 정부에 의해 임의적으로 정해진 기준을 정말 한끝차이로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절망할 수 밖에 없다.
그럴바에야, 보편성을 띄는 정책을 시행해서
모든 개인사업자들에게, 전산에 등록만 되어있으면 의사와 상관없이 일단 지원금을 지급하는게 좋은 정책일 수 있다.
일단은 개인사업자 모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이 코로나가 종식되어갈 때, 그때 불필요하게 지원된 지원금을 세금이나 더 적은 공제로 회수하는 것이
이런 상황에는 더 적합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보편성을 통해 얻어지는 신속성은 정말 대단하고 강한 힘이다.
특히 경제정책에 있어서 말이다.)
두번째는, '사후적 최저소득보장제도'가 오히려 복지병을 강화하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이다.
최저소득 보장제도는 탄생 배경이 "복지병의 박멸"인데, 현재 그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소득 보장제도는 빈민층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어 소득을 얻게 되는 경우,
그 일자리와 소득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소득보장 수당 지급의 일부 혹은 전부를 차감시킨다.
총 소득 합이 100이 되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실업자일 때에는 100의 수당을 지원받지만,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어 소득이 50이 생기면 100의 수당이 50만큼 깎이게 된다.
합 100을 유지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런 경우를 소득증가분과 같은 양이 지원액에서 차감되므로
한계세율이 100%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해고될 경우,
피해고인은 자신이 다시 소득보장 수혜를 받아야함을 증명하는
모욕적이고 복잡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그리고 이 절차가 원만히 진행되지 못할 경우, 혹여나 절차에 실수가 있을 경우
국가는 이 피해고인이 아직 일자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50의 수당만 계속 제공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피해고인은 일자리를 얻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총 소득이 100에서 50으로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인간이 불확실성과 귀찮음을 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빈곤층 사람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으려하기보단
최저소득 보장제도의 수혜를 받으며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느끼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들을 복지병에 걸린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들이라고 매도하면 안된다.
복지병을 없애기위한 소위 '생산적 최저소득 보장제도' 그자체가 비생산적인 복지병을 만들고있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이러한 ‘복지 함정’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만약 기본소득이 현실화된다면,
빈곤층이 자신의 노력에 의해 소득을 늘릴 경우 수당을 포함한 총 소득이 분명하게 증가하게 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소득이 100인데,
거기에다가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일단 얻게 된다면, 총 수입은 110.. 120.. 140.. 이렇게 계속 증가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혹은 그 사람의 소득 증가액에는 관심이 없다. 보편성을 가지니 말이다.
기본소득은 빈곤층의 수입 증가와 상관없이 늘 같은 금액을 지급할 것이다.
즉 보편성을 가진 기본소득은 빈곤층으로 하여금 일자리를 잡는 불확실성을 감수할 수 있게 힘을 제공한다.
세번째 논거로, 기본 소득은 인간의 도전의식을 고취시키고, 힘든 길을 기꺼히 감수하게 만든다.
위에서, 빈곤층이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썼는데,
이런 긍정적 현상은 빈곤층에서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명예는 얻을 수 있으나 소득은 거의 따라오지 않는 직종의 경우에도
(그래서 주로 부유층의 자녀의 전유물이 되는 직종들의 경우에도)
기본 소득은 소시민들의 도전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인턴십이나 견습 일자리를 더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
많은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문화, 예술, 저널리즘, 문학에 사람들이 더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다.
설령, 일이 좀 틀어지더라도 기본소득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이런 제도가 뒷받침될때에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볼 때, '보편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진정한 직업 선택의 자유또한 증진할 수 있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본소득 이해하기 3.2 개인지급의 필요성 (0) | 2021.09.01 |
---|---|
기본소득 이해하기 3.1 현금지급의 필요성 (0) | 2021.09.01 |
기본소득 이해하기 2. 최저소득 보장제도보다 우월한 기본소득 (0) | 2021.08.31 |
기본소득 이해하기 1. 기본소득의 정확한 개념 (0) | 2021.08.31 |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 (0) | 2021.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