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CPU 분야에서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있던 인텔은 2021년 현재 매우 흔들리고 있다.
인텔의 11세대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쳐 시리즈는 각종 리뷰에서 처참한 성능을 보여주며, 정식 출시 전에도 답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게 CPU인지 겨울나기용 보일러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발열이 심각하다. 훨씬 뛰어난 설계와 공정을 가지고있는 AMD 라이젠에게 밀리니 억지로 성능을 끌어올리다가 생긴 참사다.
인텔의 흔들림은 CPU의 소비자 판매 부분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고마진을 기록할 수 있는 서버 시장에서마저도 지배적인 지위를 단기적으로는 AMD에게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저전력임에도 상당한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ARM아키텍쳐로 서버시장이 변화할 전망이다.
당연히 기존의 x64 명령어셋에서도 죽을 쑤던 인텔이 ARM 명령어셋에서도 제대로 된 제품을 낼 리가 없다.
한 분야에서 확보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잃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인텔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이 모든 비극은 한 명의 경영자에게서 시작되었다. 바로 전 CEO 크르자니크다.
크르자니크가 완전 '무능'한 경영자였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텔같은 대기업에 최고경영자로 일한 사람이 '무능'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나는 오히려 크르자니크가 정말 충실한 경영학도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경영학에 대해서 너무 충실했고, '기술'에 대해서는 한없이 무지했다.
재무제표에는 회사의 기술력이 드러나지 않는다. 기술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일 경우 재무제표는 악화되기까지 한다. R&E에 막대한 연구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력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영학도가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아마도 그는 재무제표의 개선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크르자니크가 바로 그런 인물이였다.
인텔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경쟁자가 없었다. AMD는 부족한 기술력으로 인텔에게 비벼보려다가,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다. 아무런 경쟁자가 없고 별 일을 하지 않아도 회사가 굴러가는 그런 상황에서 재무제표를 신봉하는 경영학도가 할 일은 무엇일까?
최대한 연구비 지출을 줄이고, 직원을 줄이며 재무제표를 개선해서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환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적을 잘 내지 못하는 부서는 정리할 것이다.
이 일이 6년간 크르자니크가 CEO로 근무하며 행한 일이다. CPU설계와 파운드리 연구를 하는 연구원들은 상당수가 해고되었다.(이후 이들은 뿔뿔이 애플, TSMC, AMD, 퀄컴, 삼성전자같은 회사들로 흩어지게 된다.) 이들에게 월급 안줘도 회사가 잘 굴러간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CPU 분야에서 인텔의 혁신은 멈추게 된다. 실제로 이 기간동안 인텔의 CPU 성능 개선은 정말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해도 잘 팔리기만 했으니까...
크르자니크의 행보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은 위의 내용은 아니다. 이미 잘 나가는 회사의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는 어떤 경영자든 가질 수 있다.
크르자니크가 최악의 CEO로 평가받는 또다른 이유는, 뭔 말도 안되는 사업에 집착했다는 점이며... 이 사업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하나도 안되는 사업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재무제표 집착남이 왜 돈 안되는 사업들에는 집착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크르자니크와 이사회가 행한 일은 이런 것들이 있었다.
모빌아이(자율주행) 인수
인텔 아톰 시리즈를 채용한 태블릿 시장 개척
인텔 모뎀 사업부의 확장
IOT 솔루션으로의 확장
드론 관련 회사 인수와 확장
하나같이 돈이 하나도 안되거나 너무나 먼 미래의 사업들이다.
크르자니크가 벌인 사업들이 현재 인텔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1. 우선 모빌아이를 인수한게 몇년 째인데, 시장선도적이라는 말은 찾아볼수가 없고 뜬금없이 등장한 테슬라가 자율주행분야 1위를 먹고있다.
2. 아톰 시리즈를 채용한 태블릿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다들 ARM 프로세서 쓰고있다.
3. 인텔 모뎀은 저열한 성능으로 아이폰에서 퇴출되었다. 현재 애플은 퀄컴의 모뎀을 쓰고있으며 로드맵에서는 탈퀄컴마저도 계획중이다.
4. 인텔이 IoT에서 하는 게 있나? 실적 보고서에는 늘 포함되어있는데, 정확히 어떻게 매출을 내는지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를 않는다.
5.드론 관련 회사 인수했다는데 어째서 드론 가장 잘 쓰는 회사는 아마존인지... 인텔 드론사업부 홈페이지 들어가면 하는 일이 드론 공연밖에 없다...
수년 전부터 그렇게 다른 분야에 돈 부어가면서 뻘짓을 했는데, 여전히 일반 소비자 대상 컴퓨터 매출과 서버시장 매출이 인텔 총 매출의 85%에 달한다.
나머지 15%가 자율주행, IOT, 모뎀사업부같은 것들이다. 게다가 모빌아이 말고는 전부 매출히 후퇴하거나 현상을 유지중이다.
뒤늦게 미래지향적 사업들이 돈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기존 사업분야인 컴퓨터 부분에 집중하더라도, 인텔의 시장 경쟁력 약화를 막기는 어려워보인다.
물론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지금 당장 망하지는 않겠지만 시장에서 반드시 인텔을 선택해야하는 매력적인 이유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인텔은 서서히 말라죽어갈 것이 확실해보인다.
데이터센터 부분에서도, CPU 부분에서도, 자율주행 부분에서도, IOT부분에서도... 인텔이 발 담그고있는 모든 사업부에서 '인텔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워렌 버핏이 그렇게 강조하는 '압도적 경쟁력의 해자'를 인텔은 잃은지가 오래다.
어떤 분야에서든, 인텔의 대체제를 찾기 쉬워졌다.
만약 크르자니크보다 세상의 기술 현황을 잘 읽는 경영자가 인텔의 CEO 자리에 올랐다면, 인텔이 이 꼴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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