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사망 이후 팀 쿡 체제의 애플이 유지된지 어연 10년째이다.
지금의 애플에게 낭만과 혁신이 없다고 푸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오죽하면 누군가는 삼성이 혁신기업이라는 소리도 하더라.
정말 그런가... 애플은 이제 혁신을 기대할 수 없는 기업이 되버린 걸까?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혁신이란 무엇인가?
아예 무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것을 창조해내는 것을 혁신이라 하는건가?
그런 측면에서는 애플은 잡스 시절에도 혁신적인 기업이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잡스 시절 선보였던 아이폰, 아이팟, 맥북같은 상품들은 사실 애플이 무에서부터 창조해낸 것들은 아니다.
스마트폰이든, mp3든, 노트북이든 이미 시장에 존재했던 것들이다.
애플은 애초부터 무엇인가 존재하지 않던 분야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심미성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이었다.
나는 이런 것도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쉬운 일이라면 다른 기업들도 당연히 했겠지. 하지만 애플만 해내는 걸 보면 알수 있다. 다른 기업들은 애플의 행적을 따라가기 급급하다.
그리고 최근에 애플이 여전히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것을 확신시켜주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m1 맥북에어를 통해서 말이다.
m1 맥북에어는 노트북 시장의 규칙을 재정립하는 혁신적인 상품이다.
성능이 좋으면 무겁고 거대하고, 가볍고 작으면 성능이 저열한 것이 지금까지의 노트북 시장의 섭리였다.
하지만 M1맥북은 이런 섭리를 파괴했다.
인텔의 노트북 최상위 프로세서로 분류되는 i9시리즈 중에서도 9980hk나 10980hk같은 최최최고 프로세서들과 비슷한 성능 혹은 오히려 앞서는 성능을 보여주는게 애플의 m1 프로세서다.
보통 i9시리즈들은 높은 성능을 얻는 대신 전성비나 발열 면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이런 프로세서들은 반드시 크고 육중한 쿨링팬을 가진 작업용 혹은 게임용 노트북에 많이 들어간다. 배터리 타임도 매우 짧다. 보통 고성능 노트북들은 3-4시간 정도만 배터리로 버틸 수 있다. 쿨링팬의 소음도 매우 거슬린다.
그런데 m1 맥북에어는? 그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는데 쿨링팬이 없다.
일상적인 생활에 쓰이는 크기의 13인치 1키로 초반대의 노트북이, 전문가용 최고급 프로세서의 성능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발열도 적고, 얇고, 가볍고, 성능 외적인 완성도(디스플레이, 스피커, 키보드, 디자인, 마감)도 높다. 심지어 가격도 애플답지 않게 착한 편이다.
이게 혁신이 아니면 무엇인가?
심지어 애플은 자사의 프로세서를 모든 애플 제품에 적용해서 제품군간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도 하고있다. 전자제품 제조업의 세계를 뒤흔들 도전을 하고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시장을 전반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변화의 신호탄은 대부분 애플이 쏘아올린다.
수십년간 프로세서 시장을 점령해왔지만 발전이 더뎠던 x64 시스템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발전가능성이 높은 arm 시스템으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x64 생태계에서 변화할 생각이 없었던 인텔과 amd라는 프로세서 회사들과 소프트웨어 제조 회사들은 찌라시를 통해 '우리도 arm 설계하고 지원할거야!'같은 소식을 흘리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하고있다.
불과 1-2년전만 하더라도 x64기반의 세상이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 arm기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긴 했지만, 이미 산업 전반을 호환성이라는 무기를 통해 차지하고있던 x64를 몰아낼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기업들도 그 호환성을 넘어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은 돌격했고, 결국 시장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규격이 나온지 한참은 된 usb type c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현재 데스크탑이나 윈도우 노트북들은 대부분 c 타입이 없거나 한개 정도만 있다. 나머지는 한참 된 규격인 usb-a포트를 주렁주렁 달고있다. 성능면에서나 사용성 면에서나 usb c를 이용하는 썬더볼트3가 우월함에도, 아무도 c포트로의 전면적 이주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놈의 호환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 애플은 돌격했고, 맥북과 아이맥에 c타입단자를 주렁주렁 달기 시작했다. 심지어 맥북에는 c단자와 오디오 단자만 남겨놓는 패기를 보여줬다. 애플이 시장에게 강한 협박을 하는 것이다. '어서 c규격으로 다들 넘어와야할껄?'이라는 경고를 하고있는 것이다. 이는 예전에 플로피 디스크에서 플래시 드라이브로 넘어갈 때에도 보여줬던 모습이다. 모든 사람들이 애플보고 미쳤다고 했지만, 결국 애플이 옳았고 IO단자의 선진화를 이루어냈다.
과연 애플이 없었다면 노트북, 데스크탑 시장에서 c타입 단자가 이만큼 활성화될 수 있었을까?
충전기를 구성품에서 빼려는 시도도 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충전기는 너무 많이 남아도는게 사실이다. 분명히 자원의 낭비다. 이 것도 애플이 하니까 삼성전자도 따라하더라.
충전기와 같은 구성품을 빼는 행동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것은 구성품을 줄이면서 그에 걸맞는 가격인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애플의 가격 관련 행태에 대해서 비판해야지, 애플이 벌이는 사업들의 내용에는 딱히 비판할 점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애플의 과감한 결단들은 시장 전체가 혁신하는 것에 큰 도움을 주는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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